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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일지/일상다반사

[뇌동맥류 일지] #1 두통

by 이따끔 2021. 12. 6.



오가는 srt에서 그간의 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두통 없는 엄마가 근래에 극심한 두통을 겪으셨다. 병원 가보라 했지만 진통제 먹으며 참던 엄마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동네의 신경외과를 찾아가셨다.

갔더니만 나이도 있고 하니 mri와 mra를 찍어보는게 어떻게냐고. 그래서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ㅈㅇ영상의학과에 가서 바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요새는 찍는다고 하면 신기하게 차를 불러주는 시스템인가봄. 편하게 차타고 찍은 후 다시 동네까지 데려다주셨다.


사진찍은 결과, 영상의학과 의사분이
뇌동맥류 있는거 알고 계셨냐며. 일명 꽈리동맥이라고 7미리 정도 크기의 꽈리동맥이 부풀어있다고 하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랑 통화를 했을 때
엄마가 "골치아프게 생겼다"라고 첫 운을 뗐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 가슴이 위에서 아래로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그게 뭔지 나도 몰라 당장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고.


꽈리동맥이 터지면 큰 일 난다는 것과 이게 이른바 머릿 속의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7미리의 크기는 그리 작지도 그렇다고 응급으로 분류될만큼의 크기도 아니라는 사실. 어쨌든 이 정도의 크기는 시술이나 수술 등을 해야할 것 같다는 정도의 정보를 찾게되었다.


다음날 찍은 사진을 들고 동네 신경외과의 진료를 보게 되었고 의사는 다행히 위험한 위치는 아니다, 진료의뢰서를 써 줄테니 상급병원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일단은 두통이 계속되는 터라 그게 전조증상은 아닐까해서 난 너무 무서웠고 이날부터 바짝 엄마에게 온 신경이 다 가 있었다. 계속되는 두통에 엄마에게 이렇게 이렇게 대응하라고 매뉴얼을 반복해서 일러주었다.


바로 경대병원에 전화해서 초진 예약을 해두었다. 유명하다는 두 분으로 해서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분으로 예약해두고서 기다리는데 어찌나 마음이 불안하고 쪼이던지...

그리고 그 주 주말에 괜찮아지던 엄마의 두통이 다시 시작되어 저녁 시간 즈음, 씻고나서 다시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어차피 두통 때문에 응급실을 한 번 갈 것 같아 바로 차에 응급실로 향했다. 이 때는 진짜 심장이 쪼그라들어서 어찌할 바 몰랐던 것 같다.

응급실로 향하는 중에도 엄마가 너무 아파해서 그 자리에서 멈춰 119를 불렀다. 차를 갈아타고 가는데 지금 이 시간에 거의 모든 대학병원 응급실 혼잡도가 높다며 병상자리가 없다고 했다. 어느 병원으로 갈지 나한테 정하라는데... 엄마는 아파 끙끙 거리고 나도 순간의 선택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너무 두렵고 무섭고 눈물만 계속해서 났더랬다. 진짜 엄마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았음... 그래서 갈팡질팡하다 그래도 경대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했고 경대병원에 도착한 후에 조금 기다린 후 CT를 찍어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결국 병상 자리는 안나서 119 간이침대에 계속해서 기다렸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한 명밖에 들어가질 못해 내가 들어갔는데 정말 평생 병원이라곤 친하게 지내지 못한 나여서 그랬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그동안 엄마한테 못했던 거 쫘르르 다 생각나고 이걸 어떡해야한다 싶고... 근데 뇌 씨티상 문제는 없다고 진통제를 놔줄테니 머리아픈 약 받고 집으로 돌아가란다.


이대로 어떻게 돌아가냐구. 몇번이나 의사쌤 붙잡고 피검사는 안해주시냐 염증검사는요? 조영술은 지금 할 수 없나요 등 매달려봤지만 진통제도 사람마다 드는 시간이 다르다는 답변만... 피검사는 열이 나지 않아 할 필요가 없어 안하는 거라고. 그렇게되면 과잉진료라 해줄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하셔서 그냥 그렇게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후에 생각해보건데 내 차 타고 응급실 갔으면 간이침대도 없고 진짜 병원에 말빨도 안섰을듯...


여튼 그렇게 돌아왔고 다행히 그 후로 두통은 사라졌다. 두통만 사라져도 마음이 얼마나... 그리고 다행히 그 다음날 외래에 전화했더니 취소자리가 있다며 12/1에 초진잡았던 진료날짜를 11/16일로 땡겨준다고 했다. 휴 그것만으로도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이튿날 초진갈거니까 마음이 꽤나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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