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검사결과 듣던 날
예약된 11:30 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 언니 집에서 출발했다. 희안하게 차가 별로 없어 막히지 않고 11시 조금 안되어 도착. 지금까지는 언니가 엄마를 모시고 갔지만 오늘은 준이랑 조카를 봐야할 사람이 필요해서 오빠랑 나랑 엄마랑만 출발했다.
출입 바코드 찍고 들어간 신경외과는 정말 컸다. 늘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처음 들어가봤는데 규모가 엄마가 설명했던거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져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환자카드 찍어서 도착을 알리고 혈압 재고 앉아 기다리니 팔도의 말씨가 다 들렸다.
정말 아픈 사람이 많구나 싶어 또 마음이;;
혈압 재는데 뒤에 앉아 계신 분이 개두술을 하셨는지 모자를 쓰고 계셔서 엄마가 불안해할까봐 나도 마음이 졸였다. 딜레이 없이 11:30분에 딱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카톡으로 진료실 앞에 대기하라는 메세지를 받고서 진료실로 옮겨갔는데 왼쪽엔 신경과 오른쪽엔 신경외과 함께 긴 복도로 주르륵 있었다. 긴 복도 한가운데엔 각 교수님 방마다 전담하고 계신 간호사 분들이 스탠딩
데스크 같은 곳에 한명씩 다 앉으셔서 다음 스케줄을 잡아주시는 듯 했다. 이게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경대병원도 대구에선 알아주는 큰 대학병원인데 아산병원에 대니 그냥 동네 병원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짜 검은 머리 짐승은 서울로 역시 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Mri 재검사 결과에 대해서 교수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지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 떨려서 잠시 엄마와 나는 말을 잃었다. 대구에서 조영술을 취소하고 온 것이라 제발 좋은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기대할까봐 조영술을 하자고 할 수도 있어. 그게 제일 정확한거니까 하고 일러두었다. 둘다 유리멘탈이라 충격받지말자구.
진료실에 들어가니 교수님이 마우스 휠을 굴리며 한참동안 말씀을 안하셔서 진짜 침 꼴깍.
입을 떼시는데, 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만... 의알못이라 여튼.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크기도 재검한거랑 비교해보니 커진 것도 없고. 그냥 이삼년마다 추적검사를 해보자. 대구에서 씨티든
엠알아이든 뭐든 찍어보고 혹시 크기가 커지는 등의 이상이 생기면 올라와라.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는 사진을 보며 설명해주시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얼떨떨해서 정말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 했더니
치료가 필요하면 내가 해주죠. 환자분 뭐가 미워서 치료 안해주겠어요?
라고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안심되는 마음 ㅠㅠ
진짜 아산병원까지 오길 잘 했다 싶었다. 뇌의 바깥쪽(?) 암튼 바깥 쪽에 위치해있어서 이게 커지려면 뇌가 녹는 등 그래야지 커질 수 있다 하시면서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서 추적검사 해보자고.
그래서 그렇게 외래자료 씨디 복사하고 대구에서 갈 병원 안내받고 돌아왔다. 정말 얼떨떨;; 대구에서 갔었을 때는 그냥 바로 조영술 하자 했었는데 교수님은 나라면 조영술보단 엠알아이를 다시 찍어보고싶다고. 보고 싶은 부분이 찍혀있지않다고. 그랬는데 다행히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사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드는건 사실이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가족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지도 못했네. 딱히 가족력에 대해 여쭤보시지도 않아서.. 중요한 정보였다면 미리 물어봤겠지 싶은 생각에.
진료실을 나서면서 엄마한테 우리 착하게 살자 그랬다. 당장에라도 조영술을 하기가 겁이 났고 조영술 후에 또 개두술이든 코일색전술이든 뭐라도 해야하는게 무서워서...ㅠㅠㅠ
대구에서 갈 땐 크기가 7미리라고 했는데 아산병원에서 정리해주신 의뢰서보니 6미리로 줄어있었다. 사실 1미리 차이지만 6이랑 7은 느낌차이가 크네.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엄마한테ㅡ컨디션 관리 잘 하라고 그랬다. 무거운거 들지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잘 될지 모르겠지만... 엄마도 처음엔 굳이 서울까지 가냐고 그랬지만 결국엔 아산병원에 오길 잘했다고. 무엇보다 서비스가 정말 좋았다. 체계적이고 친절하고. 말투 때문인지 여튼.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교수님이 찬찬히 봐주셨고. 무엇보다 뇌동맥류에 있어 명의라고 소문난 분이시니 케이스를 얼마나 많이 보셨을까 싶어서 믿기로 했다. 친구는 서울에 다른 병원엘 한 번 더 가보라 했지만 아산병원에 만족해서 그냥 여기서 병원투어는 그만두기로.
나오는 길에 서류떼는데 소아병동에서 삭발한 아이가 힘없이 침대에 누워 나오는 걸 봤다. 어찌나 마음이 안좋던지.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가...ㅠㅠ
아프지말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요새 맨날 자면서 기도하는 두 가지. 건강과 안전.
병원을 나오면서 후련한 마음에 기념으로 아산병원을 찍어봤다. 처음에 올 땐 어리버리했지만 두번째 방문부터는 편안하게 느껴지던 곳. 진료봐주신 교수님 및 친절했던 아산병원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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