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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일지/독서 일지

심윤경 :: 나의 아름다운 정원

by 이따끔 2021. 10. 30.



서사가 너무 아름다운 소설책
마치 내가 1970년대에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와있는 느낌. 문장을 어떻게 이렇게 쓰시지 진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6살 터울의 여동생을 너무나도 예뻐하는 아이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씨 고운 아이
담임선생님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큰 아이
이 모든게 동구다 동구.


난독증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두 돌이 지나서부터 한글을 쭉쭉 읽어내려가는 동생 영주. 그래도 시샘 따위 절대 표현하지 않은 동구에게 유일하게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준 담임 선생님.


난독증을 고쳐버려 매일 방과 후 담임선생님과 한글 공부를 시작한 동구. 담임선생님이 바로 한글공부부터 시작하지 않고 2주 가량 동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래포부터 쌓으시는게 베테랑이라 느껴졌다. 그런 의미로 선생님이 선물해준 세계동물도감은 동구에게 이만큼의 의미를 가진다. 종잇장이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첫 장을 펼쳤을 동구의 마음💚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동구에게 힘이 되어주는 선생님의 마디마디. 너무 따스하다.



가부장적인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의 괴롭힘으로 슬퍼하고 있는 엄마가 안쓰러운 동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응원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보란듯이 베개를 챙겨 들고 부엌으로 합류하는 동구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엄마는 동구를 껴안고 울었고 동구가 잠든 후에도 몇 번이나 울었다지. 흐느끼는 소리에 몇 번이나 잠이 깼었다고 했다. 아 마음 아파 동구 엄마 ㅠㅠ



79년. 동네에 쫙 깔린 탱크차며 군인들. 달라진 분위기에 어른들은 얼어붙었지만 철없는 동구와 구야는 탱크를 구경하러 밤에 몰래 나갔다가 주리삼촌에게 붙잡힌다. 삼촌에 끌려 포장마차에 간 둘은 알 수 없는 주리 삼촌의 욕설에 갸우뚱하며 겁을 먹는데...
정말 작가분의 필력이 필력이...!!! 이만큼씩이나
부정적인 단어를 싹다 그럴듯하게 이어 쓸 수 있냐고요

그 (주리 삼촌의) 손가락들은 우리 어깨가 좆, 씹, 밸, 똥, 염병, 꼴통, 쌍판, 눈깔, 이빨, 모가지, 아가리, 대가리, 콧구멍, 창자, 똥차, 후장, 불알, 구멍, 니에미이기나 한 것처럼 갈기갈기 찢고 째고 으깨고 지지고 비틀고 바수고 꺼고 뽑고 찍고 씹고 뱉고 싸고 쑤시는 동작들을 낱낱이 모사...(중략)



동구네 집의 문제적 그녀, 할머니
아 진짜 나 이 시대에 며느리했으면 손절각...
손자손녀들이 듣고 있어도 막말 퍼레이드는 멈추지 않는다.

인물도 어디서 비틀어진 쥐새끼마냥 쪼잔하게 생겨가지구<< 이게 며느리 인물에 대해 말하는 것.


심지어 가족들이 외출할 땐 안간다고 안간다고 그러다가 나서면 늙은이 버리고 간다고 주절주절. 아 멈춰요 할모니 ㅠㅠ 그뿐인가? 차려입고 나가는 가족들 무안하게 일부러 이유 있는 조잡한 패션으로 나서며 택시에선 할말하않...



삼학년 마지막 날, 선생님과의 이별이 슬픈 동구
점퍼, 저고리, 내복의 소매가 차례로 푹 젖도록 하염없이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는 표현이 가슴을 아렸다.


흑 ㅠㅠ 그 다음 내용부터는 너무 슬프고 충격적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

박영은 선생님과 영주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슬펐다. 나 진짜 소설책 읽고 울어보기는 예전에 <아버지>라는 책 이후로는 없었는데... 꺼이꺼이 울었음. 처절하게 더 울 수도 있었는데 이상해보일까봐 참았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면 그만 읽으시길 ㅠㅠ




아부지 눈에서 눈물이 흘렀음 좋겠다고 하던 영주는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다. 영특하고 영리하던 영주는 그렇게 떠났다 ㅠㅠ 관을 동구의 시선으로 배라고 표현한 게 더더 슬프게 만들었다. 검게 흐르던 피를 검은 애벌레라고 표현한 것도. 검은 애벌레를 보는 순간 영주의 영혼이 어린 몸을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라는 말 하아...


가족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동구. 그 때 박영은 선생님이 꿈에 나타나 동구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묘안을 준다. 할머니는 다른 식구들과 달라. 할머니는 아무런 희망이 없거든. 에서 또 눈물 한바가지. 늙는다는 건 그런 걸까.


그래서 동구는 할머니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제안을 한다. 할머니, 우리 둘이 노루너미 가서 살까. 엄마와 할머니가 한 공간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위하려고 하는 동구의 마음에 마음이 얼마나 짠하던지...



돌아오는 길에 건빵 하나를 사며 떠올리는 영주. 앞으로는 나도 영주 없이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라는 다짐하는 동구.



그렇게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동구 엄마와 동구가 다시 꼭 만났기를... 윌라로 재미있어서 듣다가 도서관에서 책 발견하고 냉큼 빌려와서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에 생각지못한 엔딩이라 좀 충격으로 다가왔다. 옛 정경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는 책에 욕쟁이 할머니, 귀여운 내 동생, 가부장적인 아빠, 첫사랑인 선생님 이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울림이 크다.




지청구 - 아랫사람의 잘못을 꾸짖는 말
엄마와 할머니의 지청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일성 - 말 한 마디
할머니의 일성이었다.

암상 - 남을 시기하고 샘을 잘 내는 마음, 행동
맨날 암상을 하고 있으니, 어느 집구석에 복이 들어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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