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택은 우리가 아니라 아빠가 살아야 하는게 맞다. 아빠의 오랜 로망이기고 했고(아직까지도 이뤄보려 하시지만 엄마의 극구반대...) 아빠는 다른 데는 게으른 편(?)이지만 이상하게 우리 집만 오면 그렇게 부지런해질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한번 오면 집엔 거의 밥 먹을 때 빼곤 안들어오심... 밥 먹기 전에 한바퀴 돌고 밥 먹고 나서 또 한바퀴 돌고. 어디 그뿐일까? 날만 안추우시면 부탁한 적 1도 없는데도 늘 잡초를 다 뽑아놓고 계신다. 이런 무보수 노동력이라니ㅠㅠ 허리아프다고 산책도 안하시려는 양반이... 잡초를... 정작 사는 우리는 눈 질끈 감는데.
주택살이의 절정인 봄이 오고 있다. 더 있으면 주변도 푸릇푸릇해지겠지. 엄마는 화분에 심으라고 노랑, 분홍 팬지꽃을 사와 직접 심어주셨고 아빠는 일어나자마자 내 차가 너무 더럽더라며 손수 세차를 해주시겠단다. 차 유리에 서리가 낀걸 보니 오늘도 따뜻하겠다며 뒷짐지고 흐뭇하게 밖을 바라보는 아부지(사실 서리와 날씨는 핑계고 그냥 밖에 나가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운을 떼는 것)
무튼 이번에 왠지 아빠가 오면 세차를 해줄 것 같았기에 은근 기대했었는데... (미안 아빠 3월이라서 당최 힘이 나질 않아)
정말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키 가져올게!를 외치며 후다닥 나갔다왔다. 아빠가 세차하는거 보려고 의자 갖다놓고 아예 거실 창에 붙어앉았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ㅠㅠ 불효녀는 웁니다요.
이 집에 살다 이사나가면 정말 많은게 생각날 것 같다. 엄마아빠도, 바로 옆집에 사는 우리 조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