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로 읽어볼까 했다가 도서관에 있길래 원서 포기하고 한글로 먼저 읽어본 책.
원서 제목은 Educated로 알고 있다. 번역해서 어떤 제목으로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한국어판 제목은 배움의 발견으로 번역되었다. 글쎄 책을 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Educated를 배움의 발견으로 바꿔 쓰기에는 10프로의 아쉬움이 있지 않나 싶다.
우선 오바마의 여름 휴가 필독 도서라 하여 관심이 가서 이 책을 알게된 거지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배경지식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첫부분부터 읽어내려가는데 정말 책 내용이 충격적일 정도여서... (이게 픽션인가 에세이인가 헷갈릴 정도)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책 제목만 봐서는 지루할 것 같은, 교육 이론서인가 싶다만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님을 스포로 알려드린다. 에세이 형식이고 픽션이 아니라 팩트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모르몬 종교에 빠진 작가의 특별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전반을 이루고 있으며, 광신도에 가까운 아버지와 그 가족들을 뒤로 하고 작가가 어떻게 공교육에 첫발을 들이고, 명문대에 입학하여 논문까지 쓰게 되었는지의 긴 여정이 쓰여져있다. 이념으로 똘똘뭉친 인간이 얼마나 광기에 서려있을 수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무서웠다.
곧 세상이 종말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자급자족의 삶을 꿈꿨던 아버지. 그 누구보다 철저한 대비를 했기에 종말의 시간을 기다리며 아버지는 자정이 될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이 망하지 않았던 순간의 비참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잘 서술되어 있어 감탄했다. <그러나 신은 홍수를 보내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먹먹했다.
사랑했던 숀 오빠와의 외로웠던 싸움.
돌이켜보면, 바로 그것이 내 배움이요 교육이었다. 빌려 쓰는 책상에 앉아 나를 버리고 떠난 오빠를 흉내 내면서 모르몬 사상의 한 분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낸 그 긴긴 시간들 말이다.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참고 읽어 내는 그 끈기야말로 내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p109
숀 오빠는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아버지에게 맞선 유일한 사람이었고, 강한 정신력과 무너지지 않는 확신으로 아버지를 이기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오빠들 하나하나에게 화내고 소리 지르는 것을 봐왔지만, 그렇게 떠나 버린 사람은 숀 오빠 뿐이었다. p231
한 때는 숀 오빠에게서 바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엿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숀 오빠는 아버지보다도 더 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그 두 존재가 함께할 수 있는 미래는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어떤 운명도 아버지와 그 여성을 함께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영원히, 항상 어린 아이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잃게 될 것이다. p214
<주님이 내게 증언을 하라고 명하셨다.> 아버지가 말했다. <주님이 언짢아하고 계셔. 너는 주님의 은총을 저버리고 인간의 지식을 천박하게 탐하려고 하는구나. 주님의 분노가 머지않아 너에게 내릴 것이다.> p215
엄마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엄마의 시선에 실린 힘은 몇 년만에 느껴 보는 것이었다. 정신이 아뜩해졌다. <엄마가 낳은 모든 자식 중에서.> 엄마가 말했다. <제일 먼저 집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떠날 아이는 너라고 생각했었다. 타일러가 그럴 줄은 예상하지 못해서 깜짝 놀랐었지. 하지만 너는 아니야. 여기 있지마. 가거라. 아무것도 네가 떠나는 것을 방해하도록 두지 마라.> p215
아버지는 소리를 지르거나 설교도 하지 않았고, 그 후로도 그날 밤 일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선은 달라졌다. 절대로 나를 똑바로 보지 않는 아버지의 시선에서 나는 우리가 함께 가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나는 한쪽을, 아버지는 다른 쪽을 선택해서 걷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이후 내가 집을 떠날지, 계속 머무르맂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답이 나온 듯 했다. 마치 우리 모두 미래의 시간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미 집을 떠난 후의 시간 말이다. p237
아버지와의 갈등상황에서 항상 이런 고민을 했던 작가. 가족을 선택할 것인가, 탈피를 선택할 것인가. 나를 그나마 응원해주던 엄마는 또 어떻게 변해갔는가.
<자신이 누군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그 사람의 내부에 있어요.>그가 말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 상황을 '피그말리온'에 비유하더군요, 타라. 그 이야기를 생각해보세요.> 케리 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날카로운 눈과 꿰뚫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주인공은 좋은 옷을 입은 하층 노동자였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일단 그 믿음이 생기 ㄴ후에는 그녀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됐지요.> p381
좋은 멘토의 역할. 이 말은 후에 타라가 중심을 잡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에도 계속되는 타라의 특별한 가족들 때문에 타라는 계속되는 방황을 하게 되고, 그 방황의 시간은 타라가 연구와 멀어지도록 했다.
교육을 위해 가족을 희생했는데, 이제 교육마저 놓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너무도 역설적이었다.
마지막 부분. 왜 책 제목이 Educated 인지 알 수 있다. 거울 속의 소녀와 거울 밖의 소녀.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가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라는 표현에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라 칭하며 그 자아를 educated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하며 책은 끝이 난다. 그래서 educated를 배움의 발견이라고만 해석하기에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지 않나. 허나 이렇게 아쉬움을 평하긴 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생각해내기도 어렵다. 이래서 번역이 어렵죠.
기회가 된다면 원서로도 찐하게 읽어보고 싶다. 하지만 번역이 잘 된 책인 것은 분명하다. 500쪽이 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여서 완전 몰입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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